아가페 사랑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조건없는 사랑이다. 본능적인 사랑과는 구분되며, 헌신과 희생이 함께한다. 저자는 사랑이 결여된 세상에 깊은 통감을 드러낸다. 아가페와 같은 이상적인 사랑은 인격과 성품이 준비되어야 가능하다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며 부모와 타인으로부터 아가페적인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우리 삶에 진정한 사랑이 결핍된다 말한다. 이렇게 자라난 우리는 이후 배운대로, 경험한대로 자녀와 타인을 대하기에 스스로 갖추지 못한 인격적인 부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 세대를 위한 따뜻한 공동체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사랑을 받을 줄 알고, 할 줄 아는 인격과 성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말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랑이라는 이면에 채색된 차가움인,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관심, 폭행, 이혼 그리고 세상이 스스로의 존속을 위해 개인에게 부여한 이념, 사상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개인과 가정을 갈라 놓는 종교에 대해 다룬다. 사랑이 아닌 경제력과 안정감을 위한 결혼을 하는 사람들, 경제력이 인권이자 생명인 시대에서 이혼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어 아픔 이상의 비극을 겪는 사람들, 부모의 건강과 재산문제로 갈라진 사람 등의 사회의 차가운 측면이다.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결핍과 부재를 아는 것이 더 와닿는다는 것이며, 내가 차가운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단 한번도 ‘사랑'에 대해 사유하거나 고찰하려하지 않았다. 우리 삶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어쩌면 받는 사랑이 부족하지 않기에 그랬던 것 같다. 따뜻함이 있어야 상대적인 차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데 내가 차갑기 때문에 차가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는 저자가 세상을 향해 느끼는 차가움이 곧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마음의 공감과 위로의 역할을 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철학과 신학과 역사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고찰한다. 우리 인간은 우주 속에서 어떠한 존재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 인간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딜 향해 나아가는가? 신이란 무엇인가? 종교는 왜 만들어졌는가? 우리 인간의 본능은 어딜 향하는가? 과연 신비는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 사이에서 사랑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사랑이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깊이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을 조건 없이, 내안의 가치 판단 없이, 분별 없이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던 내게 그 마음을 다시 비춰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삶에게 묻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귀결점이 되는 사랑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부모를 앞두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다.

 

마음에 남는 한 대목

생명을 살리고 인권을 수호하여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위대한 일들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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