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만드는 역설적인 능력주의]

별점: ★★★★

 

이 책의 핵심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통념인, 각자 노력과 기량을 통해 성취하며 사는 것이 옳다는 능력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또 다른 계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본래 능력에 따라 부를 성취해야 한다는 능력주의는, 단지 귀족과 재벌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의 세습 받아 계층을 유지하는 부유층의 특권을 폐지하기 위해 주창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는 결과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을 야기시키게 되었다. 세습되는 자본의 형태가 금융자본과 물적자본 대신 인적자본으로 대체되었을 뿐, 본질적으로 기존의 귀족, 재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부를 쌓은 부유층은 교육에 수 많은 자본을 쏟으며 중산층, 빈곤층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학업 성취도를 양극화시켰다.

 

하지만 비단 학업에서 뿐만 양극화되는 것이 아니다. 직업과 직장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초래한다. 학업 성취도를 말미암아 고도의 전문직을 지향하는 엘리트들은 의료, 금융, 경영, 법조계와 같은 몇 안되는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실례로 이 책에서는 경영인, 금융인, 법조인이 여가 없이 자기를 가혹히 학대할만큼의 업무를 지향하며 중산층, 빈곤층과 비교 되지 않을 만큼의 소득을 벌어들임을 짚는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엘리트들은 다시 정치로 나아가 정치인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세금, 규제 회피와 같은 정책을 개편함으로써 정치적 불평등을 야기시키며 심지어는 정당화한다. 즉, 부를 통해 국가에 저항할 힘을 갖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 제시한다. 핵심은 세금 관련 규제라는 소실점을 통해 첫 번째, 현재 엘리트에 집중된 교육을 더욱 개방하고 분산화시키는 것이며 두 번째, 엘리트 근로 계층에게 집중된 생산이 중산층에게 골고루 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년이라는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능력주의인만큼 저자는 해체를 위해서도 여러 세대가 걸릴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뿌리 깊은 능력주의의 불평등을 뽑으려는 시도를 통해 이 사회의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 것이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기량과 노력이 부족하고 기준에 미달한다는 말로 정당화한다" - 대니얼 마코비츠

 

20년간 쓰인 이 책은 신랄한 어휘와 계층에 따른 생활양식의 차이를 말하며 우리 사회를 적나라게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보인 저자의 수준 높은 추상사고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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