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틀그라운드의 두 날개: 불신과 확신

 

이기문. 이 책의 저자이다. 기업 경영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 전 세계 10억 유저가 열광한 배틀그라운드가 있기까지 10년 간 크래프톤이 겪은 질곡과 인고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저자의 노고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기업 경영을 하게 되면 실제로 발생할 문제 상황과 고통들을 여실히 목도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뭣 모르고 시작해도 뭐라도 하니까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기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영진의 번민과, 사무침과, 방향성에 대한 끝없는 천착과, 이로 말미암은 수 많은 갈등의 배태를 보며 결코 사업에 대한 가벼운 희구나 간절함으론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겠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경영진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끝 없는 사유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면서 경외심도 느꼈다. 동시에, 더 이상 좋을 수 없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도 상호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원하는 바 쟁취를 위해 기치를 내세우고 투쟁하며 썩은 고통의 구덩이에서 몸부림 쳐야한다는 것도 느꼈다. 눈 앞에서 당장 백 보 후퇴할 것 같아도 기꺼이 한 보 전진이 가능하다면 으스러진 다리를 끌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비전 성취에 대한 의심과 믿음, 그리고 기개와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나는 이를 견딜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만물에는 양면성이 깃들어 있다고 하였던가, 전 세계 10억이 열광하는 배틀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있었던 10년간의 믿음, 노력, 헌신, 갈구, 배려 뿐만 아니라 불신, 집착, 유린, 힐난, 결기와 같은 이 모든것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결국 나는 서로 양립 불가능한 가치들의 공존에서 위대한 창조가 일어난다고 느꼈다.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의심을 하면서도 끝없는 간절함과 확신으로 버텼던 크래프톤 처럼 말이다. 나는 책을 두 번 세 번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향후 다시 한 번 읽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것 처럼 체화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높은 사고력과 책 속에 담긴 풍부한 어휘 또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 마음에 남는 대목
“펍지 초기, 김창한이 ‘바람이 부는데,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습니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바람을 느끼고 인식하는 순간은 정말 드물다. 바람이 불어도 대부분 바람인지 모른다. 바람이라 인식해도 평소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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