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의 기저에는 데카르트의 실체관에 기인한다. 여기서 실체관이란 우주는 궁극적으로 두 개의 실체(substance)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정신과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실체관을 이해하기 위해선 실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실체는 드러난 현상의 배후나 본질을 뜻한다. 이 때 본질은 독립성을 띤다. 본질이기에 그 어떤 것에도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인 실체는 독립성을 띤다. 이 독립성을 띤다는 것은 곧 실체라는 존재가 존재성을 유지하기 위해 타존재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의존하는 순간 타존재에 종속되기에 진정한 실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체는 그 자체로 존재의 독립성을 띤다.

 

이에 의거하면 정신과 물질은 모두 독립성을 띠어야 한다. 정신의 존립을 위해 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고, 물질의 존립을 위해 정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상호배타성을 띠는 것이며 때문에 상호교섭이 이루어질 수 없다. 상호교섭하는 순간 독립성이 성립되지 않고, 실체성이 부인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신과 물질은 각각 그 자체로 자기가 원인이 되는 자기 원인자가 되는 것과 동일하다. 정신과 물질이 각각 1원인이 되는 것이며 그로 인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체관은 오류다. 인간에게 있어 정신과 물질은 몸 하나에 귀속된다. 또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고존(孤存)할 수 없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끊임없이 타존재와 상호교섭하며 그 존재성을 유지한다. 존재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존재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것이며 끊임없이 생성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은 곧 끊임없이 타존재와 교섭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의 존재의 존속을 위해 타존재를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실체관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정신과 물질을 이루는 자기의 몸은 존재성의 실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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