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철학에 관한 책이다. 니체 철학의 이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니체의 여러 저작을 두루 읽어야 한다고 들었다. 처음 니체를 접했던 책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고 여기서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초인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다. 니체 철학이 무언가 난해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합리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론으로 점철되어 왔던 서구 철학의 내용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나아가 서구 철학을 부정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니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이유는 이 책이 니체의 여러 저작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니체가 저술한 여러 저작에서 핵심 사상이 드러난 부분만을 발췌하여 저자의 해설을 달아 두었기 때문이다. 

 

흔히 니체는 허무주의(니힐리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말은 '신은 죽었다'일 것이다. '신'은 죽었다는 말에서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신'은 가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 삶의 무의미와 무목적성을 직시하는 것이 두려워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신'을 만들었지만 이는 자기기만이며 거짓이고 허구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인간 삶의 허무함을 직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니체의 허무주의다. 하지만 니체는 허무주의를 주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간 삶의 무의미와 무목적으로 인해 일어나는 고통과 허무함을 직시하고 생성변화하는 지상의 세계만이 유일한 실재임을 철저히 자각할 때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러한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인간의 자기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위한 방법이 '힘에의 의지'라는 정신력을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힘에의 의지'를 기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무상함과 고통을 긍정하며 이를 자기강화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이 '힘에의 의지'를 고양시키는 과정이 인간의 삶이라고 말하며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라는 표상으로 대신한 초인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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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철학을 올바르게 이해한게 맞다면, 정말로 니체가 말한 '신'은 허구인 것일까? 칸트의 순수이성과 기독교의 성령과 불교의 진아(眞我)와 힌두교의 아트만과 유교의 인(仁)과 도교의 도(道)는 무엇이란 말인가? 형이상학적 실재에 대한 직관의 경험은 거짓이고 스스로를 기만한 것일까? 니체가 말한 '초인'이란 이러한 형이상학적 실재라 여겨지는 것들과 다른 것이 맞는가? 니체가 옳다면 나는 존재의 무상함이라는 두려움을 떨치고 진정으로 허무주의를 직시할 수 있을까? 무엇이 맞을까?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유신론과 무신론, 무엇이 옳은지 우리 인류는 끝으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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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구절이다.

 

- 다른 인간을 진정으로 돕는 행위는 그 인간에게 물질을 보태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 인간에게 원숭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나의 웃음거리 혹은 하나의 참기 어려운 수치가 아닌가? 그리고 초인에게는 인간 또한 그러한 존재이다. 하나의 웃음거리 혹은 참기 어려운 수치인 것이다.

 

- 힘에의 의지란 우리 내부에서 더 고귀하고 풍요로운 영혼을 갖도록 몰아대는 근원적인 힘이다.

 

- 본래의 자기가 되는 과정은 주관을 장악할 사명을 띤 '이념'이 밑바닥에서 서서히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명령하기 시작한다.

 

- 우리가 진정으로 신봉할 이념과 소명은 무수한 우회로와 경험을 거쳐서 서서히 내면 깊숙한 데서부터 성장해온다. 그러한 이념과 소망만이 깊이와 무게를 갖는다.

 

-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는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 니체에게 자유란 자신이 설정한 위대한 과제와 이념에 자신의 본능과 욕구의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이 최대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기꺼이 하나의 방향이나 규칙에 자신을 구속하고 복종할 수 있어야 한다.

 

- 하나의 정신이 얼마만큼 진리에 견디는가? 얼마만큼 진리에 감히 부딪히는가? 나로서는 이것이 정신의 품격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다.

 

- 인간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동안 고수해온 세계관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 인간이 자기극복을 자신의 과제로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그는 어떤 곤경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 긍지에 찬 인간은 자신은 전혀 또는 거의 남의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서도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 초인의 이념을 스스로 실현하기 위해 자기초극을 강행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기애임과 동시에 참된 인류애라고 할 수 있다.

 

- 창조한자들보다 더 훌륭한 '한 사람'을 창조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 이것을 나는 결혼이라 부른다.

 

- 플라톤적 전통 형이상학, 기독교, 이념들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에 방향과 힘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 진정한 교육이란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의 본래적 자기를 구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 선이란 힘에의 의지를 고양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 도덕이란 공동체가 자신의 생존과 강화를 위해 정립한 가치체계일 뿐이다.

 

-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 숭고해지고 싶은 욕망이다.

 

- 위계 질서의 제거는 문명의 몰락을 가져온다.

 

- 인간은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존재이유와 의미를 찾는다. 인간은 숭고한 의미와 이념을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반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어떠한 의미도 이념도 없을 경우 공허감과 권태감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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