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란 무엇인가? 상류란 개인의 사익을 떠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강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상류의 특징은 무엇일까? 후술하겠지만 책에서 상류가 보이는 여러 특징을 서술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맥락상 상류가 되기 위해선 상류의 사고의 기저를 이루는 철학과 사상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한 대목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상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은 사실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철학과 사상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전제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거듭 확인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방법을 서술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상류가 되기 위한 방법을 서술하기에는 내용이 깊어지거나 서술한 책의 내용과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했던 내용 때문인지 이러한 내용을 채워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이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고자 한다.
 
책에서 거듭 말하는 상류의 핵심은 강한 사회적 책임의식이다.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부르는 정신을 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유교의 인(仁)을 떠오르게 한다. 인(仁)이란 인간이 하늘(天)로 부터 부여받은 자신의 본성을 의미한다. 인(仁)을 이해하게 되면 천지만물과 하나임을 알고 공동체를 위한 삶을 지향하게 된다. 인(仁)은 인간에 내재한 본성이기에 모두가 이에 대한 앎을 추구할 수 있고 또 이를 알아 군자가 되고 나아가 성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존재란 무엇이며 '나'는 어디서 유래했는가? '나'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 주제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이는 곧 자신의 삶의 근거와 목적과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인(仁)을 직관할 때 이뤄진다. 이를 직관하는 시점이 개인이 사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시점이다. 내안의 본성으로부터 사회 공동체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의무적인 '명령'을 받게 되는 시점이고 자율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것이 상류가 강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다.
 
칸트도 일찍이 이러한 인(仁)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고 인(仁)이 부과하는 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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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여! 우리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숭고하고도 위대한 이름이여! ..... 우리 의지를 움직이기 위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자연 성향들을 쫓아내지 않으면서도 ..... 너에게 저항하는 그 모든 성향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너의 존귀함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자연적인 성향들과의 모든 유착을 늠름하게 거부하는 너의 고귀한 혈통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오직 인간만이 자신에게 부여할 수 있는 가치, 그러한 가치의 필수적 조건은 도대체 어느 근원에서 유래하고 있는가?
"""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을 뽑으라면 칸트다. 모든 철학적 내용은 플라톤의 합리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론으로 귀결된다. 칸트는 이 합리론과 경험론의 끝없는 대립을 선험철학이라는 사상으로 종식시키고 통합시킨자다. 칸트의 선험철학의 핵심은 인(仁)의 또 다른 이름인 '이성'이다. 칸트는 '이성'을 통해 인(仁)인 자신의 본성을 자각한 자다. 이런 칸트가 기린 의무에 대한 예찬을 보면 숭고함, 존귀함, 고귀한 혈통이라는 말을 볼 수 있다. 의무를 부과하는 인(仁)의 성격(性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인(仁)을 바라봤을 때 인(仁)은 숭고하며 존귀하고 고귀한 혈통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仁)의 뜻을 구현하며 살아가는 상류는 인(仁)의 성격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고귀한 혈통 즉 귀족이라 불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귀족적 정신의 발현을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부른다.
 
이러한 귀족적 정신은 물질적 가치가 우선이 된 세계를 구가해서는 얻을 수 없다.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정신적 고찰이 필요하며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였던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얻은 귀족적 정신을 가진자가 죽더라도 그 정신은 살아남아 후대에 높은 가치로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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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에서 좋았던 구절이다.
- 국가라는 공동체의 기풍이 어지러워 진것도 사회의 중심을 이뤄야할 상류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 부와 권력은 차지했지만 황폐한 내면을 가진 이들의 횡포에 주눅들지 않는 품위가 필요하다.
 
- ... 말초적이기 짝이 없는 것들에 집착하며 산다.
 
- 그들이 영위하는 가치체계의 구조상 도덕과 양심의 순위는 돈에 대한 욕구보다 한참 하위에 머물 수 밖에 없다.
 
- 그들이 움켜쥐고 있는 돈과 권력을 떠나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어떤 명징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서구와 미국 상류의 겉모양을 닮으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 정작 서양에서 수백년에 걸쳐 다져놓은, 진정한 상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과 철학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 상류라는 개념은 문명의 지속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저를 이룬다.
 
- 일상적 어휘의 차이가 무척이나 중요한 이유는 언어가 사람의 감성과 지성의 징표가 된다는 인식이 상류정신의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내면을 담아내고 있는 사고의 철학과 깊이를 말해준다.
 
- 책창에 어떤 책이 꽂혀있고 어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냐에 따라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계급일 수 있다는 얘기다.
 
- 연봉이 억대라 할지라도 깨어 있는 시간은 노예인 사람들이 아닌가
 
- 돈을 숭배하는 것보다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 190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설립당시 총장이었던 A. 로런스 로웰은 경영대학원 설립 전제조건 중 하나가 사업가들이 '사익보다 더 숭고한 동기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 진정한 상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사람이나 물건을 돈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 품격의 고저는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가진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 한 사회의 수준은 대다수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상류적 가치로 여기는가 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 평균적으로 미국재벌의 사회적 책임의식 수준은 한국재벌에는 견주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 상류 독자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지갑이 아니라 지성과 인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미국의 고급매체는 알고 있다.
 
- 사람의 내면에 고결함과 고상함과 숭고함, 즉 신성한 내면의 계급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상류계급을 찬탈한자들에게서 주눅들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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