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고 싶단 내 바람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더욱 심화된 빈곤이란 주제에 관심을 두게 했다. 나는 궁금했다. 사회적 빈곤은 정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사회적 빈곤이 나타나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또 빈곤의 배태로부터 비롯되는 문제점과 지금 현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빈곤에 대한 거시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사회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시적 관점으로 가난의 한 모습을 비춰줌으로써 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노인들을 중점으로 이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 일상을 4년간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소위 가난한 사람들 대다수가 노인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노인층 중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왜 가난하게 되었는가? 이러한 노인의 가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현재의 노인이 1930년 중반에서 1950년 중반에 태어났고, 1980년말 시행된 사회보험제도에서 제외된 처지라는 것이다. 때문에 안전망이 구비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었던 이후 세대와 달리 자력갱생을 요구받는 상태이다. 또, 사회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지식창고 역할을 하던 노인이 책과 인터넷으로 대체되며 그 쓸모가 변했다는 것이다. 또 기초수급자 지정조건 때문이다. 이 조건은 '가족'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연락이 끊긴 자식의 경제수준이 기준 이상이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노인은 한국사회에서 임금노동 시장이나 공공근로 일자리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노인은 구직이 매우 어렵다. 가사도우미나 음식업 외에 많지가 않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재활용품 수거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재활용품 수거라는 산업과 사회의 끝자락에 내몰린 일엔 노동의 그 어떤 정당성도 안정성도 바랄 수 없다. 하루종일 걷고 걸어 100kg~200kg 가량의 재활용품을 수집하더라도 겨우 단돈 8,000~9,000원도 안되는 수준의 대가를 받는다. 또 재활용품을 담기 위해선 리어카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노인은 50kg가 나가는 리어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뿐더러 재활용품이 더해진 무게는 견딜 수도 없다. 또 경쟁과 약탈이 있어 여성노인이 발견한 재활용품을 남성노인이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신체경쟁에서 불리하며 쓰라린 패배감을 느끼게 된다. 또 용변을 보기 위해 세워둔 리어카나 카트를 도난당하기도 한다. 또 리어카를 끌다 주차차량과 부딪히면 수리비를 물어야 하고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재활용품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리어카를 끌기 위해 금속과 맞닿는 신체의 피부는 멍과 굳은 살로 덮힌다. 또 일부 건물주는 건물을 청소하는 대가로 재활용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유사 고용을 하며 이에 따른 금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러한 궂은 상황에서 받는 돈은 한 끼 밥값이 채 되지 않는다.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 한국의 노인 고용율은 OECD 가입 국 중 가장 높다. 또 OECD 국가 중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로 가장 높다. 즉 일을 많이 해도 빈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노인일자리사업이다. 보건복지부에선 노인일자리 활동지원사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참여자 선발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또 참여자들은 월 평균 27만원씩 받았고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12만원씩 받지만 이 사업을 통해 노인의 상황이 실질적으로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이외에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노인일자리 제공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이 사업을 성장시키거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또 경로당을 공동작업장으로 바꾼 시도도 있다. 노인에게 쇼핑백 제조, 상품 포장 및 배달, 취약가구 무료 세탁, 먹거리 제조 등이다. 노인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정부가 이러한 노인일자리사업을 만들고 장려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음을 짚는다. 즉 일자리의 질이 낮고, 또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사실상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일을 다른 것으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라 말하며 궁극적으로 노인들이 더 나은 기초소득을 가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국가나 기업차원에서 이뤄지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도 불충분하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사회적 빈곤이 사라진 세상은 가능할까?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인류에게 있어 새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이러한 빈곤과 같은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할 수 없다면 최소화시키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정책이나 지역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거, 의료, 교육의 기회를 주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로서의 효용성은 미비하나 그럼에도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마음에 남는 대목

  •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춰지지 않는다.
  • 노인들의 삶이 순전히 개인의 잘못 때문에 생겨나는 걸까?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
  • 국가는 헌법에서 개인이 가지는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 궁극적으로는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줍지 않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가난한 노인의 문제는 연민과 감동 그리고 자선 사업으로 해결 되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건 안전한 자선활동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인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 우리는 누군가의 가난을 보며 사회 체제의 불안정함과 미비함을 깨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깨달음은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스스로의 상대적 안정감을 확신하고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하는 것으로 이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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